외유내강(外柔內剛).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지침으로 삼는 말이다. ‘겉으로 부드럽지만 속으론 강한’ 진정 강인한 사람에게 쓰이는 말이다. ‘센척’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굴하게 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외강내유’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큰소리치며 강한 척 하고, 없어도 있는 척 하는 ‘척’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시대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떠 올려 본다. 김 교육감은 전형적이 ‘외유내강’형이라고 생각한다. 취재나 인터뷰 할 때 그렇게 느꼈다. 항상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부드럽다. 하지만 그 생각은 탄탄하다. ‘무상급식’을 전국이슈로 만든 장본이기도 하듯 김 교육감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그런 김 교육감이 지난 14일 독도를 찾았다. 그는 독도에서 ‘경기교육 독도선언'을 발표했다. ‘경기교육 독도선언'에는 ▲독도는 누가 뭐래도 우리 땅으로 국제분쟁의 대상이 아니다 ▲경기교육은 영토주권과 동북아평화를 위해 독도교육을 열심히 하겠다 ▲갈등과 대립을 뛰어넘어, 상호공존과 평화능력을 지닌 미래지향적인 선진시민을 길러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김 교육감이 왜 갑자기 독도를 갔을까? 그것도 언론인을 대동하고 도교육청 간부직원 20여명과 함께 갔다. 정치인의 행보와 흡사하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해 찾았다고 했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정부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일본정부가 교과서에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기재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등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데 따른 대응이라고 했다. 또 다른 명분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영토주권 수호 의지를 다지고, 우리 학교들의 독도 및 역사교육을 강화하며, 동북아 평화 및 공존을 위한 교육에 힘쓰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김 교육감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동북아 평화의 상징적 지점인 독도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독도 선언을 했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다시 한 번 환기 각인시키고 독도 교육을 잘 시키겠다는 의미에서 독도를 찾았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의 독도방문은 매스컴을 탔다. 언론사를 대동했기에 파급효과가 컸다. 김 교육감의 행보가 자신이 밝힌 명분 외 다른 뜻은 없었는지가 궁금하다. 기자들을 대동하고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고운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 때문인 지 “꼭 가야 했나?” 라는 의문은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김 교육감은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선거 ‘시장-교육감 공동등록제’에 발끈했다. 김 교육감은 독도를 방문하기 전 지난 12일 세종시 교육감 공동등록제 시도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교육감 공동등록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 자치를 훼손하고 퇴행시킨다”며 “교육문제는 행정자치와 달리 ‘교육’ 영역에 특화돼 있어 정치적 입장과 교육적 견해가 항상 같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의 주장과 행보는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점에 그가 독도를 찾았다. 그래서 그 속내가 궁금하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독도를 찾았다. 그만큼 독도방문은 순수한 방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독도를 방문하면 그것은 더욱 그렇다. 정치적 의미가 강하고 방문의 속뜻이 순수한 것만은 아닌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김 교육감의 방문도 염려가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독도를 갈 수 있다. 하지만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어떤 유명인사는 독도한 번 가려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날씨가 허락하지 않아 밟지 못한 사례도 있다. 날씨 때문에 1년에 60~70일 정도만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
전국을 누비며 재미를 주는 1박2일 프로그램도 독도를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하물며 포항에서 배가 출발조차 하지 못해 울릉도도 못가고 다음으로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첫 나들이에 독도를 밟았다. 김 교육감이 독도로 출발한 14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조용했고, 파도가 잠잠했다. 김 교육감은 참 운도 좋은 사람이다. 교육감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김 교육감은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스타 교육감이다. 이번 독도방문으로 또 다시 주목을 끌었다. 그래서 김 교육감의 독도방문 의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교육과 정치는 다르다”는 그의 말처럼 부디 정치적 행보가 아니길 기대한다. 김 교육감의 이번 독도방문이 독도의 푸른 바닷물처럼 오염되질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