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대한민국은 영국시인 T,S. 엘리어트의 ‘황무지’에 나오는 시 한 구절처럼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 참사로 희생자의 가족 그리고 온 국민이 잔인함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4월16일, 승객 476명을 싣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일부 승객들은 탈출에 성공했으나 배는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후 구조는 더디기만 했고 우리 모두는 파도치는 바다만 바라보며 시간은 흘러갔다. 가족들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주말에 TV를 지켜보던 국민 역시 슬픔에 빠졌다. 펴보지도 못한 어린자식이 처해있는 상황을 생각하며 가슴이 병들어 갔다.

무엇보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338명의 안산단원고 2학년 학생과 교사가 타고 있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 전체를 삼켜버린 듯했다. 각종 봄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됐고, 주말 인기 예능프로그램 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봄철 행락객수에도 영향을 미쳤고, 식당가 손님들 발길마저 끊어 버렸다. 무엇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끄러웠던 정치일정 마저 삼켜버렸다. 다만 희생자 가족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가슴에 아픔만 남겼다.   
  
스산하게 비 내리던 4월27일 일요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고 발생 11일 만이다. 그동안 단원고 학생 137명과 교사 4명 등 141명의 발인이 끝났다. 한 학교 한 학년의 학생과 교사 대부분이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그러나 탑승객 114명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있다. 그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태산이다.

많은 숙제 가운데 사고원인을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문제는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서부터 지적하고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다. 참사 뒤에는 많은 비리들이 숨어 있었다. 돈 벌이에만 급급한 회사, 책임감 없는 선장과 선원들, 형식적인 업무를 일삼은 관제탑 등 운항관리자들. 개혁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딱 한 마디로 정리하고 싶다. ‘본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측은 사측대로, 종사자 역시 철저한 직업의식을 갖고 본분과 도리를 다 한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말 많던 정치인들도 본분과 도리가 무엇인 지 살펴보길 바란다. 
정부 역시 평소 본분과 도리를 지킨다면 우왕좌왕 할 이유가 없다. 사고 뒷수습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책임을 맡은 총리가 옷부터 벗을 필요도 없다.

이번 세월호 침몰로 취소된 수학여행이 많다. 학생들은 불만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일정 취소가 아니라 시스템의 점검이다. 이 역시 사후 약방문이 아니라 평소 본분을 다해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로 전 국민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역시 지역별로 관리센터를 구축해 앞으로 이런 일에 대비해야 한다.

관료가 바뀌고 기업인이 처벌받는다고 일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설마’하는 무사안일주의는 이번 기회에 버리자. 기본으로 돌아가자.  ‘본분’과 ‘도리’를 다하자.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말하는 4월은 겨울의 암흙을 뚫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달, 마른 덩이줄기로 갸날픈 생명을 이어주는 그런 달로 노래하고 있다.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