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그래서 선거를 축제처럼 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소리다. 6.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지금껏 해왔던 선거와 다른 분위기다. 큰 목소리로 한 표를 부탁하기도 쉽지 않다. 맘껏 음악을 트는 것도, 율동으로 이목을 끄는 것도 어렵다. 세월호 참사가 선거 열기를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조용하게 치러지는 선거가 나쁘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선거철이 선거철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선거는 축제처럼 치러야 한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와 통한다. 정치는 관심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선거는 치러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치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대해 제대로 알고 투표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다.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여기에 광역과 기초비례대표 의원까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7번 도장을 찍어야 한다. 내 손으로 7명의 일꾼을 결정하는 만큼 중요한 선거다. 내가 뽑은 당선인들이 1000조원의 예산을 주무른다고 한다. 어찌 책임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우리는 집안 살림을 하면서도 허투로 돈을 쓰면 부부지간에도 충돌이 일어난다. 경제권을 놓고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지방정부 예산에는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가?
엄청난 예산권을 행사하는 일꾼을 뽑는다는 것은 곧 내 살림이다. 따라서 사상이나 이념보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내 살림을 잘 살아줄 일꾼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더욱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는 ‘생활선거’이다.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삶의 선거’이기도 하다.
이념 때문에 죽고 사는 선택이 아니다. 내가 속해 있는 도시 그리고 나라가 망하느냐 흥하느냐 하는 선택을 하는 선거다

그래서 정치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방선거를 정치로 보는 시각이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하겠다느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등 의미없는 말들을 하는 후보가 있다. 정신 나간 발언이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 지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언론도 반성할 여지가 있다. 선거결과를 정치적으로 풀이하는 성향이 강하다. 지방선거 본질과 맞지 않는 여론조사로 지방자치제를 정치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독자들에게 지방선거의 본질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몫임을 명심하자.   

지방자치제는 지역의 일꾼이 지역살림을 꾸려나가는 일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 만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방자치의 뜻과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한민국은 아직 완전한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력이 있는 단체장이 힘을 쓸 수 있다. 예산을 지원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후보들에게 고한다. 내 지역 주민을 어떻게 잘 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라. 자신의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서 지방선거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일 잘한 일꾼은 주민이 언젠가는 큰 역할을 찾아준다. 선거는 과거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는 것임을 유권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