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들의 ‘민선8기 1주년 기념행사’가 드디어 마무리 분위기다. 6월초부터 시작하여 지자체장들의 취임 후 1년간 실적을 보고하고, 남은 3년에 대한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거의 한 달간 지속됐다.
기자들은 덩달아 바빴다. 뒤늦게 다시 펜을 잡은 필자로서도 헷갈릴 정도였다. 주로 월요일과 화요일 오전과 오후에 진행된 언론브리핑은 때론 시간이 중복되어 부득이 한 곳은 빠뜨리기도 했다.
같은 시점에 같은 주제로 지자체장들을 만나다보니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시장의 스타일은 물론, 지자체의 규모나 운영능력 등이 성적표처럼 비교됐다.
1.진심과 형식
기자회견은 그래도 1년간 뛰어온 자신의 업무 실적을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앞만 보며 뛰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중요한 자리다. 흔히 말하는 ‘소통’의 좋은 기회다.
대부분의 시장들은 열정을 보였다. 실적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거나, 책자를 만들어 기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들을 했다. 하지만 간혹은 참고자료조차 만들지 않거나, 정해진 시간보다 20분이 지나 행사장에 들어온 시장도 있었다.
본인이 답답한 진행을 하고서는 마치 기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장도 있었다. 30분 넘도록 자료를 읽어내려가니 당연히 분위기가 다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자들은 박수를 잘 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기자들의 습성까지 탓했다.
기자회견은 형식적으로 진행한 모시장은, 며칠 뒤 별도로 자신들과 같은 당소속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형 컨벤션센터에서 호화로운 기념행사를 진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에겐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시민들과의 소통은 접어두고,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다.
2. 부자시와 가난한 시의 차이
기자회견을 순례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차이는 바로 부유한 시와 가난한 시의 차이였다.
부자시는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다. 이들 시는 일찍이 청사부터 거창해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기자회견 행사장부터 다르다.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행사 프로그램중 하나인 시장의 업적 소개도 미리 비디오로 제작하여 대형화면으로 소개했다.
몇 지자체의 대형 행사장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 행사장과도 비교됐다. 그래도 명색이 1400만명을 대표하는 경기도지사 행사장은 오히려 너무 좁아 불만이 나올 정도였다 . 부자 지자체는 자체 아나운서가 행사를 진행해 세련미를 더했다. 행사후 기자들에게 지역 특산품을 선물로 주는 곳도 있었다.
3. 여유로운 시장과 불안한 시장
리더로서 오랜 경험이 있는 시장들은 역시 분위기를 잘 유도했다. 전체적으로 7대에 이어 8대까지 연속해서 운전대를 잡은 시장들은 행사를 매우 자신있게 진행했다. 해당 시에서 시의원, 도의원 등을 거쳐 시장된 경우도 ‘짠밥’의 힘을 보여주었다.
해당 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열정이 넘치기도 했으며,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에도 매끄럽게 잘 풀어나가기도 했다. 그만큼 해당 시에서 일어나는 구석구석의 일들에 대해 이해력과 경험이 주는 자신감이 아닌가 했다.
반면에 일부 시장들은 행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 지자체장들이 임기 1년이 되어 너나할 것 없이 한다니 어쩔 수 없이 따라하는 느낌 마저 들었다.
발표자료를 읽는 것부터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 시장도 있었다. 마치 연극 대본속의 지문까지도 읽듯이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대본을 읽어나가는 시장은 지켜보기가 딱할 정도였다.
미리 친한 몇몇 기자에게 예상질문을 준 곳도 있었다. 시장이 답하고 싶은 질문을 몇 개 짜고칠 수는 있지만, 대다수의 질문을 그렇게 진행하는 것은 너무 심했다.
기자들과의 질문은 4개 밖에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시장이 앞서 자신의 업적 보고서를 읽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결과이기도 했겠지만, 언론브리핑의 핵심인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번 지자체장들의 1주년 기념 언론브리핑을 마라톤하듯이 한바퀴 돌면서 기분은 좋았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것은 1991년부터다. 햇수로 30년 정도됐다. 초기에는 덩치가 작은 우리나라에는 지방자치제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지자체장들의 1주년 평가서를 지켜보면서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많은 시장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민과의 다양한 소통과 협의 창구를 퉁해, 도시를 멋있고 강하게 키워나가는 것은 모두 지방자치제의 귀한 결과물이다.
교통의 요지, 첨단 스마트 도시, 환경도시 등등. 모든 지자체들이 다른 지자체보다 나은 시를 만들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기 위해 땀흘리는 지자체를 보면서, 마치 경기도내 31개 시·군이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시로 보였다. <저작권자 ⓒ 뉴스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지자체, 지자체장, 용인시, 수원시, 화성시, 광명시, 안양시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